요즘 핫한 월드코인, 홍채등록하면 기본소득을 지급해준다?

우리나라에서도 등록가능!

8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한 와인 판매점에서 흥미로운 장면이 펼쳐졌습니다. 이곳에는 ‘월드코인’을 받기 위한 홍채 등록 기기인 ‘오브’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판매점 직원의 안내에 따라 우리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QR 코드를 발급받고, 이를 오브에 인식시켰습니다. 그 결과, 홍채 등록 절차가 시작되었고, 오브를 향해 잠시 동안 눈을 고정시킨 후 등록이 완료되었다는 안내 음성이 울려 퍼졌습니다.

이 홍채 등록 기기 '오브'는 월드 ID 생성을 위해 사용되었는데, 이 프로젝트는 챗GPT 개발사인 오픈 AI의 창업자인 샘 올트먼이 주도한 가상자산 프로젝트입니다. 홍채 등록을 통해 개인의 '월드 ID'가 생성되며, 이에 대한 보상으로 월드코인 25개가 지급되는 시스템입니다. 이후에도 매주 추가로 1개의 월드코인이 지급됩니다.

 

이렇게 지급받은 월드코인은 거래소 지갑으로 이동시켜 원화로 판매할 수도 있습니다. 지난달 24일 출시와 동시에 국내외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에 상장된 월드코인은 현재 8일 기준(오후 8시 기준, 코인원 기준) 250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월드 ID 등록을 통해 약 6만 2500원 상당의 가상자산을 받게 되며, 그 이후에도 아무런 조건 없이 매주 2500원을 추가로 받게 됩니다.

 

오브 설치 장소는 월드코인 앱 내에서 손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현재 서울 시내에서는 약 3곳에서 5곳 정도의 장소에서 유동적으로 오브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각각의 오브는 등록 업무를 담당하는 '오퍼레이터'라는 관리자들에 의해 운영됩니다. 저는 최근 방문한 성동구 성수동의 오브를 살펴보았는데, 이곳은 상주하는 오퍼레이터가 아닌 매장 직원에 의해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이 매장 직원은 "오늘 하루 동안 5명 정도의 방문객이 홍채 등록을 하고 나갔습니다"라며 "평균적으로 하루에 약 10명 정도의 방문객이 오브를 이용하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한 카페에서 만난 다른 오퍼레이터는 "하루에 최소 20명부터 많을 때는 30명까지 방문하는 편입니다"라며 "연령대 분포는 대체로 비슷하지만 20대와 30대 젊은 분들이 가장 많고, 50대나 70대 이상 어르신들도 빈번하게 이용하십니다"라고 전했습니다.

월드코인은 샘 올트먼과 공동 창업자인 알렉스 블라니아가 인류가 AI 시대에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한 프로젝트입니다. 그 중 하나는 AI로 인한 일자리 감소와 불평등 문제입니다. 이 문제에 대한 월드코인의 해결책은 '보편적 기본 소득'을 통한 부의 재분배이며, 그 수단이 월드코인입니다. 홍채로부터 ID를 생성하는 것만으로도 월드코인을 지급받을 수 있으며, 이후에도 주기적으로 월드코인을 지급받게 됩니다.

월드코인의 설명만 보면 인류애적 가치를 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려의 시선도 존재합니다. 가장 큰 우려는 민감한 개인정보인 홍채 정보를 수집한다는 점입니다. 홍채 정보 수집을 대가로 금전적 보상을 받는 것은 마치 SF 영화나 소설에서 볼 법한 어두운 미래 상황을 상상하게 합니다. 사실 월드코인을 놓고 '디스토피아적 발상'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러한 우려의 시선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월드코인은 앞으로 AI가 더욱 고도화되면서 온라인 상에서 AI와 인간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라는 문제가 새롭게 떠오를 것으로 예측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으로 월드코인은 홍채 정보를 기반으로 한 '월드 ID'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월드코인 측은 홍채가 인간의 고유성을 가장 잘 증명할 수 있는 정보라고 주장하며, 수집한 홍채 정보는 암호화된 해시값으로 저장되어 원본은 폐기되므로 유출이나 악용의 가능성을 낮춘다고 설명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미국 국가안보국(NAS)의 비밀 감시활동을 폭로한 전직 미 정보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은 2021년 트위터에서 "생체정보는 어떤 용도로도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며 월드코인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를 밝혔습니다. 그는 월드코인이 홍채 정보를 해시값으로 저장한다 할지라도, 그 해시값 자체가 유출되어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더리움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도 타인에 의해 홍채 스캔 정보가 노출될 수 있고, 월드코인 재단의 중앙집중화된 구조로 인해 오브 기기가 백도어 문제에 취약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습니다.

다양한 국가의 규제 당국들도 월드코인에 경계심을 품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규제와 관련된 우려로 인해 홍채 등록을 해도 월드코인 보상을 받지 않고 있습니다. 유럽의 규제 당국들은 일반 개인정보 보호법(GDPR)을 통해 개인정보에 대한 광범위한 보호와 강력한 규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이들도 월드코인 조사에 나서고 있습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영국 정보보호위원회(ICO), 프랑스 국가정보처리자유위원회, 독일 바이에른주 데이터보호감독국(BayLDA) 등이 월드코인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케냐 정부도 월드코인의 개인정보 수집을 금지하고,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사실상 퇴출 조치를 취했습니다.

 

한편, 월드코인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일본이나 아직 오브가 배치되지 않은 중국에서 한국으로 원정 등록에 나선 사례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을지로의 한 카페 오퍼레이터는 "방문하는 분들 중 상당수가 일본인이나 중국인 등 외국인"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는 반면에 국내에서는 해외에 비해 오브에 홍채를 등록하려는 사람들의 관심이 적다는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기자가 을지로와 성수동의 두 장소를 방문했을 때, 오브를 찾아온 다른 방문자는 없었습니다. 이에 대해 오퍼레이터는 "아무래도 국내에서는 개인정보인 홍채를 등록하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라고 설명했습니다.